싸구려 위로
안녕하신가요?
괜히 안녕을 건네봅니다.
이따금 이 메일이 제대로 발송되고 있나 하는 의문을 품습니다. 제 안녕이 제대로 전해지고 있을까요. 잘 가닿고 있는지. 여전히 읽히고 있는지.
적적한 새벽. 이예린의 싸구려 위로를 듣고 있습니다. 잊고있던 좋은 음악이라며 추천해 준 노래인데요. 어느새 이 노래만 벌써 5번째 듣고 있습니다. 시작하는 멜로디부터 고요하게 마음을 덮어와서 그 속에 조금 더 머물러 있고 싶단 생각에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요. 어딘가 어설프지만 진득한 위로처럼 느껴집니다.
어떤 마음으로 쓴걸지 생각해보게 되는 가사가 흘러들어옵니다. 화자는 싸구려 위로가 될까 봐 아무말도 못하고 가만히 있었다고 말합니다. 안으면 바스라질까 봐 눈을 맞추고만 있었다고 말하고요. 그리고 네가 필요하다고. 죽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합니다. 내리는 눈이 아름답다고 말하고 어떤 너여도 사랑한다고 말하며 다시한번 ‘사랑해’를 말해주는 노랫말. 네 생각과 마음들 다 알 수는 없지만 오늘 처럼 내게 너의 이야길 해달라는 사람. 마지막으로는 서로가 있으니 이 밤을 한 번 더 용서해보자고 이야기합니다.
싸구려 위로라는 제목에 비해 노랫말 속의 위로는 그 무엇보다 대체하기 어려운 애틋한 위로가 아닌가 싶었어요. 괜히 마음이 아려오고 눈가가 시큼해지는 게 아닌가요. 오늘처럼 가삿말이 귀에 쏙쏙 박히는 날이 있습니다. 그런 날이면 가만히 아무것도 하지 않고. 좋아하는 조명하나를 켜두고 침대 옆 프레임에 등을 기대 노래를 듣습니다. 비슷한 노래들이 가만가만 흘러들어오고 가삿말들이 마음을 쥐고 흔듭니다. 꼭 시에 운율이 얹힌 듯이 말이죠. 인디 음악의 아름다움은 이런 게 아닐까요. 대중적인 가요도 좋지만 은유가 섞인 가사의 매력에 빠지면 헤어나오기가 어렵습니다. 그리고 생각해요. 이런 글을 쓰고 싶다고. 헤어나오기 힘든 글을 쓰고 싶다고. 은유가 다분하지만 그 속에 사랑이 진득해서 춤을 추고 절망과도 싸울 수 있을 것 같은 희망찬 글, 얼어붙은 아스팔트 도시 위에서 추위를 떨고 있어도 나만 그런 추위를 느끼는 게 아니라는 걸 알고 위로를 느끼는 글을 쓰겠다고 다짐합니다. 삐걱 거리는 의자에 앉아 뭐든 써봅니다. 나의 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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