궤도를 그리며
가만가만 내게로 흘러오는 노래에 몸과 마음을 기대어본다. 하루에도 수십번 다양한 소리가 스쳐 지나가는 순간 속을 살면서도 기어코 다시 듣는다. 제대로 듣는다. 좋아하는 음반은 LP로 꼭 소장하고, 번거롭게 턴테이블로 음악을 켜는 악취미가 있다. 마치 요리처럼. 요리해서 먹는 음식은 더 집중해서 먹게 되듯이. 앨범커버 비닐을 벗기고, 먼지를 걷어내고, 턴테이블 침을 올려두어야 겨우내 켜지고야 마는. 이렇게 시작된 노래는 공간이 아닌 나를 채우기 시작한다. 선율은 마음을 두드리고, 가사는 말을 건네고, 어느덧 우리는 함께 발맞추어 춤을 추는 것만 같은 환상 속을 나란히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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