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24
아침 일찍 책상에 앉아 글을 적어봅니다. 시계는 7시 30분을 나타내고 있어요. 좋아하는 플레이리스트를 틀어두었고, 아도레의 Melt In Ocean이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조금은 덥지만 에어컨을 틀 정도는 아니어서 미지근한 공기를 견뎌보고 있어요. 최근 종일 비가와서인지 공기에 물기가 가득합니다. 눅눅하고 습한 공기. 여름에만 느낄 수 있는 약간은 불쾌한 공기. 이런 습기 높은공기가 이따금 반가워지는 순간이 있어요. 초록이 가득한 곳을 지날 때. 그 순간에 훅- 끼쳐오는 초록빛 향기가 몸을 휘감을 때, 녹음이 저를 꼬옥 껴안을 때. 비오는 날의 초록 향기를 너무 좋아해요. 여름에만 느낄 수 있는 아득하리 만큼 진한 초록 향기. 여름의 향기. 초록의 잔향. 쌉싸름 풀잎 향기 위로 싱그러운 솔잎의 향이 부드럽게 스쳐갑니다.
초록 내음을 가득 담아와 방 한 편에 걸어두고 싶어요. 여름을 걸어 둔 집의 그림자는 외롭지 않을 것 같거든요. 깊은 밤, 달빛의 그림자가 자주 드리우는 집에 싱그러운 한낮의 초록 향기 덕분에.
어제는 온통 슬픈 마음이 가득했는데 왜인지 후련한 아침입니다. 어제 배개 밑에 걱정 인형을 둔 덕분일까요. 정말 그런지도 모르겠습니다. 심적으로 작은 의지가 되어 주나봐요. 사소하게나마 의지하고픈 마음이 저를 내내 사로잡았던 것일까요.
자주 홀로인 기분을 느낍니다. 글을 쓴다고. 영상 작업을 한다고. 누구를 만나고 새로운 사람들과 연을 맺고 할 시간이 나지 않아서. 혹은 내고 싶지 않은 것일지도 모를 일입니다. 일을 하지 않는 시간엔 혼자 카페에가서 책을 읽는 것으로 작은 휴식을 취해 봅니다. 그럴 수 있는 날이 고작 하루, 아니 반나절 정도인 것을 말이죠. 고작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누군가는 그토록 원하는 휴식일지도 모른다른 생각으로 아쉬움을 눌러봅니다. 누가 이런 삶을 자처했나. 하고 보면 제 자신이기 때문에 크게 나무랄수도 없습니다. 그래도 이런 나날이 차곡 차곡 찬찬히 쌓이다 보면 잘 버텼다고 생각할 날이 오지 않을까요.
아무튼 개운한 아침입니다. 이유모를 섭섭함도 잠시 감사한 마음이 가득 차 올라요. 건강히 눈을 뜰 수 있다는 것. 어디론가 출근 할 수 있는 일터가 있다는 것. 글을 적을 만큼의 기운이 있다는 것. 사소한 감사와 행복이 오늘을 가득 채울 테니까요. 사소한 것들이 가장 깊다는 것. 없으면 허전하고 생각나는 것.
어느덧 8시를 지나고 있습니다. 슬슬 가봐야겠어요. 누군가에게 전하는 문체로 글을 적었는데 이 마음 전해지겠지요. 여전히 어떤 문체로 글을 지어야하나 어떻게 끝맺어야하나 고민합니다. 혼란의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이름 모를 그대지만 이름을 불러주고픈 그대도 좋은 하루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