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잖아, 여름은 여름을 뜻하는 이름들도 참 예쁘다. '입하'라든지, '하지', 그리고 신록과도 같은. 단어만 들어도 싱그럽고 생기가 돌아.
"초록, 푸릇함, 새싹." 투명한 이슬이 송골송골 맺히고 청아하게 공명할 것만 같은 청명한 단어들이 유독 가득 들어차는 여름. 후텁지근한 기온을 가진 탓에 여름의 단어들이 시원하게 느껴지는 것일까.
이름을 바꿀 수 있다면 여름이 되고 싶어. 그럴 수 없으니 여름 같은 사람이 되고 싶고. 계절로 기억될 수 있다면 누군가의 여름으로 오래도록. 그 여름에 오래 남아. 그의 여름에. 서로의 여름에 푹 빠진 채로.
보통 한 단어를 곱씹다 보면 이상해지기 마련인데 여름은 계속 여름인 채로 있다고 느끼곤 해. 곱씹어 보고 삼켜도 보고. 그럴수록 더욱더 좋아지는 단어. 단어가 좋은 것일까, 그 계절이 좋은 것일까.
이상하게도 여름이면 겨울보다 피어나는 마음이 많아. 나는 식물과도 같은 사람일까. 햇빛에 영향을 받는. 꽃 꽃 노래를 부르더니 꽃 같은 사람이 되어버린 것일지도 모르겠다.
여름이 꾸는 꿈
(0716)
3:41 매미가 울기 시작한다. 세차게 울다가 숨죽였다가 다시. 첫 매미 소리를 들었던 것은 7월 6일 목요일. 옆자리 입사 동기와 선릉 산책을 하면서 맞이했던 일.
다시 매미가 운다. 올해도 여름비는 무고한 사람들을 아프게 하곤 잠잠해졌다. 여름비도 억울할까. 떠난 이들이 더 억울하겠지. 그리고 남겨진 사람들은 누가 위로해 주나. 여름의 악몽은 쉽게 떨쳐지 않는다.
우리가 우리가 아닌 세계
어쩌다 우리는 이 세계에 발을 들이게 되었고 어쩌다 우리는 만나게 되어 어쩐 일로 헤어지게 되었을까요? 어쩌다 보니 나는 내 자리로 돌아오게 되었고, 어쩌다가 당신과의 기억도 손에 쥔 채 남겨졌습니다.
나는 숨이 찰 때마다 두 손을 모아 얼굴을 덮고 눈을 감아 숨을 쉽니다. 기억들은 나를 끌어올립니다. 나는 금세 가라앉고 맙니다. 몸도 마음도 빈곤하게 살아와서는 어쩌다 보니 당신에게 기억을 빚졌을 따름 입니다. 자신의 마음이 가난한건 어쩔수없지만 마음의 그릇이 작은것은 감당하기가 어렵습니다.
비어 있다면 채울 수 있고, 옮겨 담을 수도 있겠지요. 내가 조개였다면 모래가 내 살을 썩게 놔두었을까요? 아니면 진주가 될 때까지 품었을까요? 잠에 들지 못할 땐 당신을 호주머니에서 한 알 꺼내 입 안에 넣어 굴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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