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해에 끝은 어디일까.
소리 없이 잠긴 지 몇 시간이 흘렀을까.
손 위에 놓인 핸드폰을 화면을 바라본다.
핸드폰은 잠잠하다.
괜히 카톡 창을 열어 얼굴도 모를 사람들을 보며 이 사람들은 잘살고 있나 삶의 안위를 물어본다. 일을 시작하고 멀어진 인연들을 떠올린다. 지금보다 덜 무거웠던 어깨를 으쓱거리며 탈 없이 웃던 때를. 가뿐한 마음으로 웃었던 지난날을 훑어본다.
‘지금이 몇 시지.’
영혼이 육신을 빠져나가는 기분이 든다.
온몸에 힘이 없고 사위는 어둡고,
스산한 공기가 작은 방 안을 온통 채운다.
어제 느낀 수치심과 모멸감은 영원히 지워지지 않겠지. 기억을 가위로 조각낼 수 있다면. 기워 넣지 않고 여백인 채로 두는 편이 차라리 나을 텐데.
잊어버리는 것을 떠나
잃어버리고 싶은 마음과 기억들.
의식적으로 두고 오고 싶은 것.
품고 싶은 것들은 어떻게든 사라지던데 두고 오고 싶은 것들은 어째서 오래 남아 슬픔을 자처하나.
살아가고 있는 건지
살아내고 있는 건지
살아지고 있는 건지
사라지고 있는 건지
어느 상처든 시간이 흐르면 아물 것이다.
생채기가 난 마음에도 몸에도 새 살이 돋을 것이다.
아무리 더운 여름에도 가을을 지나
겨울이 오는 것처럼.
혹한기 같던 추위에 얼어 붙은 땅 위로
연분홍 빛 봄 바람에 녹아 꽃을 피우듯이.
나무 그늘 밑에서 피어나는 설렘처럼.
그늘진 기억에도 분홍빛 꽃바람이 불어 올 것이다.
믿는 마음을 믿으며 살아갈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