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했고 사랑하는
더욱 사랑할 모두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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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23년 9월 중순을 넘어가고 있어요. 깊은 밤을 지나고 있습니다. 세상이 조용해서 에어컨 소리가 방 안을 가득 채워요. 가을이 올듯하다가 다시 더워집니다. 제가 태어나던 해인 99년 9월에는요. 노랗게 태어난 아이가 울음을 터뜨리던 날에는 눈이 왔다고 하던데요. 추운 가을날에 태어난 아이는 더운 가을에 울음을 참으며 살아냅니다.
할 줄 아는 거라곤 울고 투정 부리는 것 밖에 없던, 또래보다 말을 늦게 터서 걱정을 안겨 주었던 아이는 문장을 엮어 글을 짓습니다. 글을 쓰는 업을 가지고, 취미로도 글을 쓰면서 살고 있어요. 이따금 엉뚱한 꿈을 꾸기도 하면서요.
23년의 구월은 다시 여름이 올 것만 같은 텁텁한 더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노래를 틀어 에어컨의 자글거리는 소음을 덮어봅니다. 마음에도 영 실속 없는 에어컨이 뒹굴고 있는지 소음이 자글거리며 여간 신경을 긁는 게 아닌가요.
최근의 저는 눈물이 언제 나는 가에 대해 알게 되었어요. 슬플 때보다도 화가 나면 눈물이 나온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습니다. 원래 그랬는데 이제야, 이제서야 알게 된 것일지도 모르겠어요. 어제가 오늘 같고 오늘이 어제 같았던 비슷한 하루를 지나던 어느 밤의 꿈속에 사랑하는 이들이 나왔어요. 어떤 내용이었는지 기억 나지 않지만 펑펑 울면서 일어나던 것이 생생합니다. 아직도 제 몫 하나 챙기기 버겁기만한데 사랑하는 이들에게 아낌없이 주기 위해서는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그런 자신에게 분해서 눈물이 났던 걸지. 그리워서 눈물이 났을까요. 저는 무얼 그리워했을까요. 어째선지 요즘엔 옛날 생각이 많이 납니다. 성인이 되어 성인이 된 저의 모습만 기록하다가 잊어버렸던, 어린 날의 제 모습과 어린 나와 함께 있던 젊었던 나의 부모님을 떠올릴 때면 묘한 감정에 마음이 아립니다.
무작정 서울로 올라와 첫 사회생활을 시작했던 때에 가졌던 마음가짐. 모든 직장인들 그리고 이 세상의 부모님이 대단해 보였던 그 순간을 떠올리면서요. 모두에게 존경심을 가졌던. 이내 사라졌던 귀한 마음. 처음이 특별한 이유는 아마도 겪어보지 못해서 이기 때문이겠죠. 제일 크게 와 닿고 제일 심각하고, 제일 걱정되고. 그렇다기엔 이 삶은 늘 처음 같은데 말이죠. 늘 어렵고. 잘 살고 싶은 만큼 괴로운 생애. 욕심이 클수록 절망적인. 사소한 행복과 사랑에 살아나는 작고 파란 불씨 같은 삶.
시간이 흐를수록 사소한 것들이 주는 행복감과 안도감 그리고 안정감이 방대한 삶을 쥐고 흔든다는 것을 크게 느낍니다. 누군가 가볍게 툭 던진 유리 조각 같은 말이 지울 수 없는 상처로 남아 짙은 흉터가 남기도 하고 작은 다정에 온몸에 꽃이 만발할 것만 같이 부풀어 오르던 마음을 말이죠. 대체로 작은 것들이 모여 깊게 자리하기 마련입니다.
사랑하는 당신께 나의 존재가
대체로 뾰족했을지, 다정했을지요.
어떤 방식으로든 사랑을 주어서 감사했습니다.
이제야 그 사랑을 감각할 수 있게 되었어요. 여전히 제가 알아차리지 못하고 지나친 사랑 또한 무수히 많겠지만 어느 순간에 그 모든 사랑을 알아챌 수 있는 날을 고대하며 사랑할게요. 살아갈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