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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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는 늘 그 자리에 있는데.
내 마음은 매번 다른 마음으로 바다를 찾는다.
어쩌면 같으려나.
나의 마음이, 삶이, 막다른 길에 다다랐을 때
흐르는 물을 찾는다.
대양의 파도처럼 막힘없이 흘러가고파서.
어느 순간에 흐르지 못하고 고여있는 나를 이끌어 바다로 흘러오나 보다. 도심 속 우물 안에서 강으로, 바다로.
어쩌면 바다도 벗어나고 싶진 않을까.
흐르지 않는,
머무르는 삶을 살아보고 싶진 않을까.
사실 바다는 흐르고 있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바다가 흐른다고 느끼는 일은 거친 파도 때문이 아닐까. 파도가 이는 건 물 하나로는 불가한 일이니. 이 세상에 온전히 혼자서 할 수 있는 건 없구나. 살아가는 일은 공존하는 것이고, 함께 하는 것. 나는 그 속에서 철저히 혼자 이려고, 혼자 해내려고 하니 힘들 수밖에 없었던 거였을 것이다.
그러나 누구에게 나의 곁을 내어주고 함께 볕을 쬐고 바람을 맞는 일이 이리도 어려운 것을. 세상의 모든 건 유기적으로 이어지고 있음에도. 한가지 확실한 것은 부단히 다정한 마음을 나누려고, 발 맞추어 걷고자 애를 쓰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 마음이 오래도록 지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어느날엔 누군가에게 조금 더 유난하게 내밀하고 세심한 애정을 쏟고 싶다는 마음을 잘 지켜내어 무사히 전해주어야지.
회색빛 도시에도 자연이 필요한 이유. 바다에 바람이 필요하고. 사람에게도 사람이 필요하고. 우리에겐 서로가 필요하다. 다정한 공생과 공존이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람을 조심스레 모아 불어본다. 이 바람이 부드럽게 피어올라 날서고, 슬픈 마음을 포근히 어루만져주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