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을 잃은 이들에게
-
세상엔
해가 지고 난 뒤의 일은
지고 나야 알 수 있듯
빛으로 하여금 보게 되는
오색찬란함 또한 가득하다.
지나고 나서 깨닫게 되는 것이 있고
흐르며 선명함을 잃게 되는 것도 있다.
어둠 속에서야 빛나는 것들.
빛 속에서 물드는 색깔들.
빛 속의 빛은 평범하고
어둠 속의 빛은 특별하다.
빛 속의 그늘은 유독 도드라지고
어둠 속의 어둠은 평범하다.
같은 아픔과 슬픔을 마주함에 위안이 되는 건
나의 그늘이 유난하게 도드라지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문득 나의 빛이 희미해지고 스스로가 불투명한
사람이라고 느껴지는 하루가 반복되는 날.
어쩌면 너무, 아득히 빛나고 싶어서
빛 속에서 헤매느라 자신의 빛이 보이지 않는 건 아닐까.
죽고 싶은 만큼 잘 살고 싶은 마음 탓이라는 걸 알게 된 후로부터 종종 그런 생각을 한다. 빛 속에서 더 밝은 빛이 되려고 애쓰느라 정작 스스로의 빛을 보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무력감에 허덕이는 날. 무엇도 되지 않을 것 같은 날이면 차라리 헛된 꿈을 꾸어본다. 이루지 않아도 좋을 나만의 한계 없는 유토피아를 말이다.
우리는 언제나 과정 속에 있다.
사랑에 대해서 사람에 대해서
그리고 삶에 관하여.
어쩌면 죽음일지도.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도 우리는 흐른다.
환희 혹은 절망. 희노애락의 바다를 둥둥.
어느 날은 사랑 속에서 어느 날은 허무의 늪을.
부드러운 안녕을 전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