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연한 사람이 되고 싶다. 고 생각했다.
슬픔이 문을 두드릴 때, 문틈으로 도망치고 싶다는 생각. 이별이 소리 없이 악수를 건넬 때 손 틈 사이로 빠져가고 싶다는 생각. 텅 빈 각목 같은 마음으로는 그저 산산조각이 나거나 손쉽게 부서져 버리니까.
마음이 콘크리트 철근이라면 나을까.
부서지지 않을 골조로 천천히 쌓아 올릴 수 있다면.
마음은 변덕쟁이라 열심히 쌓아 올려도 어느 날은 모래성처럼 그렇게 휩쓸려 버리는 것이다. 어느 바다가 몰고 온 거친 파도로부터. 잔잔한 물결에도 쉬이 젖어버리는 일이고.